아일라 싱글몰트 라프로익(Laphroaig)

Published date: 01/11/2015
아일라 싱글몰트 라프로익(Laphroaig)

위스키를 생산하는 나라들을 알아보면 영국,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일본 그리고 인도등 생각보다 글로벌하게 많은 나라들에서 위스키들이 생산되어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영국 스코틀랜드의 아일라 만큼 강렬한 개성과 독특한 풍미의 특색을 보여주는 위스키도 드물다고 생각 한다 ㅇㄱㄹㅇ.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 서쪽에 위치한 아일라(Islay) 섬에서 생산되는 싱글몰트 증류소 브랜드들을 알아보면

- Ardbeg (아드벡)
- Bowmore (보우모어)
- Bruichladdich (브룩라디)
- Bunnahabhain (부나하벤)
- Caol Ila (쿠일라)
- Kilchoman (커호만)
- Lagavulin (라가불린)
- Laphroaig (라프로익)
- Port Charlotte (포트샬롯 - 브룩라디 소유)

위에 나오는 증류소중 Ardbeg은 주갤 주리니 성인식 필수품이며 (스파르타아아안~), Kilchoman 증류소는 무려 2005년에 새로 창업한 신생 아일라 싱글몰트 회사이시다 (듣보잡이라고 하기엔 나름 잘나감). 그리고 아는 사람들은 잘 안다는 Lagavulin은 내가 아는 어떤 위스키보다 지인들의 호불호가 극명한 싱글몰트중의 하나로서 소독약, 병원냄새 알콜주조등의 별명이 붙어있다. Port Charlotte은 1920년대에 문을 닫았지만 아일라 위스키중 독보적인 진보성향의 Bruichladdich (브룩라디)가 상호를 구입하여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끼어팔기 상술을 펼치며 피티피티한 PC 증류소 재건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여하튼 이러한 아일라 싱글 몰트위스키들의 보편적인 특성은 (Bruichladdich와 Bunnahabhain은 제외) 위스키 원료인 몰트(보리싹-맥아)를 건조장에서 건조시킬때 지표면에서 출토되는 석탄의 일종인 피트(Peat,이탄)를 많이 사용한 열기로 건조시키기 때문에 강한 피트향이 특징이며 (숯불구이 갈비를 연상하면 된다, 직화로 조리되는 숯불갈비 맛과 압력솥에서 조리된 갈비찜 맛이 같을리가 없잖아?), 숙성시키는 창고 시설이 섬에 위치한 바닷가 이기에 바닷내음이 술맛에 스며들어 독특한 술맛의 향취가 생긴다는 것이다. 결국 짭짜름한 바닷내음이 강한 피트향과 어울리면 요오드링크같은 독특한 소독약 같은 뒷맛이 생기면서 각기 다른 캐스크에서 숙성된 컴플렉스한 감칠맛이 남는데 이런 특징이 바로 아일라의 특성이라 하겠다.

이런 특성이 넘치는 아일라 중에서도 오늘 시음할 라프로익(Laphroaig)은 이런 특징들을 극명하게 잘 보여주는 싱글몰트로서 아일라 증류소 중 유일하게 영국 황실에서 수여하는 로얄워런트를 받았다. 또한 라프로익은 아일라 싱글몰트중 나름대로 팬덤이 튼튼한 증류소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유인 즉 라프로익 덕후들의 모임인 "Friend Of Laphroaig"(FOL)이라는 (덕후)동호회가 1994년도에 창립되어 현재 25만명 이상의 회원들이 가입되어 운영중이기 때문(역쉬 덕후중 양덕후가 제일무섭 ㅋ).

유럽, 미국에서도 웬만한 대도시마다 FOL 모임이 있는데 주로 신제품 출시기념 바베큐 파티형식으로 야외에서 파머스마켓(노천시장)식으로 모임이 열리곤 한다. 호텔에 양복입고 전체안주나 코스요리와 즐기는 영국의 다른 위스키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 ㅋ. 아무래도 시골섬 출신 스모키한 위스키 답게 털털한 마케팅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Laphroaig Quarter Cask (라프로익 쿼터캐스크 - 48%)

가성비가 좋은 라프로익 위스키중의 하나. 숙성년도 미표시(NAS)이지만 5-6년 숙성 위스키 치고는 빼어난 성숙된 맛을 보여주는것으로 느껴진다. 쿼터케스크는 200년전의 위스키 제조방식을 현대식으로 적용한 위스키로 5년동안 일반 버번 캐스크에 숙성시킨 다음 반년정도 일반 캐스트통의 4분의1 정도인 새 오크 캐스크(쿼터 캐스크)로 옮겨서 추가숙성해 만든 제품이다. 쿼터캐스크 같이 작은 캐스크에서 숙성된 위스키는 캐스크가 공기와 닿는 표면적이 넓어 지기 때문에 위스키의 향이 강해지고 엔젤스 쉐어는 많아지는 상태가 된다.

잔에 따라서 색깔을 보면 황금빛이 도는 저녁노을의 진한 색감이 느껴지는데 향기를 맡아보면 부드러운 바닷내음과 피트향이 크리미하게 느껴지지만 가까이 맡아보면 역시 코를 쏘는 아일라 특유의 피트향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맛을 느껴보면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피티한 느낌이 동시에 들지만 우디한 느낌의 바디가 좀 약한것이 별로 좋지 않게 느껴진다. 이거 쿼터캐스크 추가 숙성에서 라프로익의 색깔을 좀 잃어 버린것이 아닐까 ㅋ 하지만 피니쉬에서 스모키한 느낌의 달달한 우드차르(wood char)향이 바닐라 맛과 함께 살아나기에 발란스도 준수하고 가성비도 좋은 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독일식 소세지를 구워놓고 양파튀김과 같이 먹으면 훌륭한 페어링이 될 수 있을것 같다.

Laphroaig Cask Strength 10 YO (라프로익 캐스크 스트랭스 - 57.8%)

(아일라가 취향에 맞다면) 가성비가 최고로 좋은 위스키중의 하나!

나도 아일라는 대부분 다 마셔 봤지만 라프로익 캐스크 스트랭스 처음 마셨을때의 감동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첫잔의 한모금에서 넘겨지는 강렬함이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나의 평정심을 흔들기에 충분했던것 같다. 잔을 내려놓고 혼잣말로 '와 이거 물건이네' 했던것이 벌써 수년전이다. 만일 이 술이 20년이 넘는 숙성기간을 가졌거나 미화 300불이 넘는 가격이었다면 그에대한 기대치가 있었기에 크게 놀라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10년숙성에 가격도 그리 높지 않아서 더 놀랐던것 같다.

하지만 이런 놀라움도 잠시뿐.. 친한 지인들에게 권해보니 대부분 알콜향이 너무 강하고 소독약 맛에 죽겠다는 아우성뿐이다. 석탄가루를 탄 소독약 맛이라나 ㅋㅋ 그래서 소세지나 훈제햄같은 안주를 좀 먹게하고 물을 약간 섞어서 알콜향을 죽인 후 마시게 해보니 평가가 조금 좋아졌다. 그래도 아일라 싫어하던 사람들은 두잔째는 극구 사양하겠단다. 나는 죽여주는 술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진짜로 죽겠단다 ㅋㅋ

잔에 따라서 색깔을 보면 그리 진하지 않은 호박색의 보통 캐스크 숙성색상이다. 술의 냄새는 찡~한 피티한 내음이 아주 파도를 친다. 맛을 느껴보면 첫느낌부터 오일리하게 느껴지는 스모키한 풀바디가 풀스윙으로 크리미한 오션웨이브를 입안 가득하게 그리고 바로 전두엽 하단까지 LTE로 채워준다. 달콤하며 진한 피티맛이 목안으로 밀려들어 오는 느낌은 그동안 마셔왔던 다른 위스키를 맹물로 느끼게 해줄 정도로 강하다. 하지만 피니시는 의외로 부드럽게 느껴지면서 달콤한 버터향의 과일맛이 입안에 확 퍼지는것이 놀라운 반전드라마 같아서 눈이 동그래 진다. 마치 강한 펀치를 맞았는데 아프지 않고 얼얼하기만 한 느낌이랄까?

라프로익 캐스크 스트랭스는 마시면서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스치게 만드는 드문 술이다 ㅋ 이렇게 훅하고 치고 들어와서 부드럽게 속을 감싸주는 느낌은 많은 사람들에게 논란을 일으킬만한 컴플렉시티이지만 라프로익 캐스크 스트랭스가 각종 국제 위스키 시음/경연대회에서 받은 어워드 리스트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수상 리스트가 화려하다. 역시 이술은 물건인 술이라 여겨진다. 이렇게 오버 피티한 강렬한 맛이 거북할거라는 생각이 순식간에 황홀한 달콤한 뒷맛으로 느껴지는 기분은 이술이 아니면 찾기 힘들기에 CS에 빠지면 자연스럽게 라프로익 덕후에 가입이 되어지는 셈이다.

결국 라프로익을 접한다음에는 빠 아니면 까가 되버리는 역학관계의 현실을 외국 위스키 블로그에서 본 두사람의 상반된 리뷰가 이술의 성격을 그대로 대변한다 하겠다.

Laphroaig Cairdeas Port Wood Edition 2013 (라프로익 카쳐스 포트우드 에디션 2013 - 51.3%)

Cairdeas는 게일어로 카쳐스라 발음이 된다고 하는데 유투브 위스키 리뷰 비디오를 봐도 사람들의 발음이 각기 달랐다 ㅋ. 라프로익도 영어발음으로 보면 "뤄프뤄잌" 으로 발음되지만 한국 외국어 표기법으로 라프로익이라 쓰는것처럼 현지 사람들만 알아들으면 되니까. 여하튼 라프로익 카쳐스는 게일어로 'Friendship'을 뜻한다고 한다. 라프로익 팬들에 대한 우정의 보답으로 매년 출시하는 특판 제품 개념인데 매년 포장 색깔도 바뀌고 맛도 라프로익 제품중 가장 달콤하고 과일향이 많이 나기에 우직한 피트향에 식상한 사람들의 많은 환영을 받고 매년 절판되는 인기 상품이다. 한때 미국 위스키 블로거들은 이술을 극찬하며 너도 나도 칭찬하는 바람에 미국에 팔린 물량이 조기 소진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라프로익 카쳐스 포트우드 에디션 2013은 당연히 2013 출시 제품이며 일반 버번 캐스크에서 8년 숙성시킨 원액을 포트 캐스크(와인숙성 시킨)에서 14개월동안 추가 숙성시킨 제품이다. 포트 캐스크 숙성의 특징이 라프로익 원액에 녹아들어가 51.3%의 캐스크 스트랭스의 강한 도수임에도 불구학고 화사한 과일향과 컴플렉스한 피니시가 일품인 싱글몰트이다. 그러나 해외에서도 절판되어진 한정판매 제품이다 보니 쉽게 구할수 없는것이 단점이랄까. 2014년도에는 벌써 다른 버전이 출시되어 빈티지도 아닌것이 빈티지 같은 그런 개념이 되어버렸다.

잔에 따라서 색깔을 보면 핑크빛이 약간 도는것이 포트우드 에디션임을 느끼게 해준다. 향기는 피트향속에 화사한 꽃다발향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느낌이며 고도수이기에 알콜의 찡한 느낌도 같이 따라온다. 맛을 보면 아주 화사한 포트의 달콤함과 짭짤한 피티함이 부드럽게 느껴지며 바디감도 생각보다 묵직하기에 긴 피니쉬만 잘 견딜수 있다면 생각보다 훌륭한 발란스를 보여주는 맛있는 술이다. 하지만 많은 향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다 보니 이술을 연속으로 마시기에는 부담스러울수 있을것 같다. 디젤 엔진의 스모키한 배기가스에 향수를 뿌린듯(?) 여성 라프로익 덕후를 양산하는 위스키이며 피자같은 치즈가 많이 들어간 안주와 페어링이 될법한 화사한 느낌이 들면서도 제법 드라이한 느낌의 싱글몰트이다.

Laphroaig 18 Year Old (라프로익 18 - 48%)

라프로익 15년이 단종되고 라프로익의 고숙성 맛의 정점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느끼기에 적합한 위스키. 라프로익 18년 보다 고숙성 제품은 25년과 30년이 있는데 맥캘란처럼 25년 가격(70-80만원)과 30년의 가격(250만원 이상)은 높은 편이다. 18년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호평이지만 일부에서는 라프로익의 강렬함이 사라진 이것도 저것도 아닌 술이라는 비평도 만만치 않다. 사실 술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가격이 좀 높다보니 가성비 차원에서 보면 권하고 싶지 않은 술이기도 하다. 그러나 고숙성 아일라의 특징인 부드러움과 은은한 피니쉬의 여운을 즐긴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싱글몰트 일수도 있고 ㅋ

밝은 호박색의 금빛이 도는 술잔을 들고 향을 맡아보면 은은하고 부드러운 과일향에 피트향이 느껴진다. 맛을 보면 역시 따뜻하고 깊이있는 숙성된 피트향이 느껴지지만 스모키함보다는 꽃다발 향기가 달달하게 오일리하게 넘어가는것이 역시 18년 숙성 제품 답다고 생각되어 진다. 바닐라 향의 피니쉬가 은은하게 남게되면 내가 지금 라프로익을 마신건지 약간 혼동스러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바디감이나 컴플렉시티한 느낌이 각기 다른 타 증류소의 18년 숙성 위스키와 비교할때 크게 빠지는 점은 없지만 라프로익의 강렬함은 느끼기 힘들기에 그런 부분을 기대하고 마신다면 실망감도 크게 느껴질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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