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배치 버번 노아스밀 vs 부커스

Published date: 05/13/2016
스몰배치 버번 노아스밀 vs 부커스

요즘 들어 위스키나 버번좀 마신 사람들 사이에 트랜디한 화두로 언급되는 두 버번 - 노아스 밀(Noah's Mill) 과 부커스(Booker's).

두 버번 다 캐스크 스트랭스 이기에 57- 60도를 넘어서는 고도수 버번이어서 초심자들에게 권할만한 버번은 아니지만 워낙 맛이 특색있게 리치하고 깊이가 있으며 특히 다른 프리미엄 버번들과 비교하면 접근성이 용이한 물량과 가격대이다 보니 미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점차 팬덤이 늘고 있는듯. 요즘 주갤에서도 3년전과 비교할때 확연하게 이 두 버번에 관심이 많이지는 듯 하니 평소에 궁금했다면 읽어보삼 ㅋ

노아스 밀(Noah's Mill) - 100점 만점에 90점

노아스 밀(Noah's Mill) 제조사는 미국 버번의 본고장 켄터키주의 바스타운(Bardstown)에 본사를 둔 Kentucky Bourbon Distillers (보통 KBD라고 부름)인데 사실 Kentucky Bourbon Distillers가 버번 덕후라면 잘 아는 윌렛(Willett) 증류소의 다른 이름이다. 즉 노아스 밀(Noah's Mill)의 제조사는 1936년부터 수많은 전통 버번을 생산한 탐슨 윌렛(Thompson Willett)의 정신이 살아있는 명주인셈. 전 세계적인 버번시장의 급팽창으로 지금 미국에서 생산되는 각종 버번의 종류만 250개가 넘어가는데 그중 노아스 밀(Noah's Mill)같은 전통의 맛을 잘 표현한 대량생산 버번은 결코 흔하지 않고 요즘은 버번도 지뢰가 점점 늘고 있어서 듣보잡 버번 포장에 혹 해서 잘못 사면 자신의 정보력 부재를 자책하며 바로 고기 잡내 제거용 양념 베이스로 쓰게된다.

노아스 밀 병 디자인을 보면 일단 전통주 원조풍 구닥다리 디자인이다. 보통 위스키 포장 디자인에서 보여지는 미려한 폰트나 클래식한 도안의 엠블럼은 절대 안보이고 수제 병입을 강조한 핸드메이드 버번답게 손글씨 폰트로 켄터키 "전통 버번주 57.15% 입네다"라고 그 옛날 메기가 뛰어놀았던 뒷동산 물레방아간 삽화옆에 초딩글씨처럼 투박하게 프린트 해 놓았다. 병만 놓고 생긴거 보면 정말 병맛이다 ㅋ 게다가 병색깔도 버번병에서 보기 힘든 연녹색.. 정종or와인병이나 참기름병 으로 딱! ㅇㄱㄹㅇ 하지만 일단 병을 오픈하고 한잔 마셔보면 뚝배기보다 장맛이라고 이야~이거 반전매력 깊은 맛이 느껴져 선입견이 사라지고 놀란 마음에 한번 더 마시게 된다.

노아스 밀은 스몰 배치(Small batch) 버번이며 NAS이다. 처음 노아스 밀이 출시됬을때는 15년 이상 숙성 원액이라고 광고를 했는데 당연히 원액 물량이 딸리는 이젠 4년 숙성 원액부터 15년이상 숙성 원액을 사용한다고 말을 바꿈 (20년 숙성 원액도 가끔 배치에 섞는다는데 글쎄? ㅋ) 그리고 스몰 배치는 보통 술을 병입할때 술을 숙성 시킨 오크통을 일정 숫자의 적은 단위로 섞은 다음 병입을 하기에 약간 맛의 차이가 있고 고급스러운 기분도 느낄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 제조사의 세일즈 기믹이어도 할 말이 없다. 미국에서는 스몰배치(Small batch)에 대한 법률규정도 없고 버번회사가 각기 정하기 나름인 기준이 되어버려서 누가 얼마나 스몰 배치로 섞는지 며느리도 몰러 ㅋㅋ 다만 스몰 배치는 숙성된 오크배럴의 원액맛이 기준미달로 좋지 않으면 제외시키는 규정이 있기에 보편적으로 맛은 어느정도 보장되어진다고 보면 된다. 자신이 마시는 노아스 밀의 배치 연도가 궁금하다면 술 병 옆에 윌렛 팟 스틸 증류기 그림 옆 숫자를 보자. 14-82라 쓰여 있다면 2014년도 82번째 배치 병입이라는 뜻. 모든 노아스 밀은 57.15%도 출시 되기에 배치에 쓰이는 원액의 도수가 57.15%를 넘는다면 일정 배럴 스트랭스를 유지하기 위해 물(증류수)을 섞어야만 한다. 물론 일반인은 물이 섞여도 맛의 차이를 전혀 느낄수 없을 정도.

노아스 밀은 20개 배럴(!)을 한번 배치에 섞는 아주 적은 스몰 배치 - 스몰 배치는 보통 200개 배럴을 섞어 출시하는것을 업계 표준으로 본다 -를 제조 판매하기에 가끔 노아스 밀의 맛의 편차가 극심한 평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어느 배치가 평이 좋은가 알 수 있는 배치 넘버 비교 표같은거 거의 없다 그냥 복걸복 ㅋㅋ. 그래도 노아스 밀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에서도 노아스 밀의 가격이 조금씩 오르고 있고 실제로 외국에서도 구하기가 조금씩 힘들어 지고 있지만 Kentucky Bourbon Distillers에서 출시하는 양을 유지하겠다고 하니 단종될 일은 없을것 같다. 현재 노아스 밀은 4년 숙성 원액부터 15년이상 원액으로 출시중이기에 젊은 버번의 양이 충분한 이상 계속 판매될것으로 보인다. 노아스 밀의 주재료는 옥수수와 함께 밀(Wheat), 호밀(Rye)을 다양한 비율로 섞어서 숙성시키기에 배치에 따라서 George T. Stagg같은 분위기의맛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노아스 밀 특유의 맛과 색깔은 노아스 밀의 것이지 다른 버번과 비슷하다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잔에 따라서 색깔을 관찰해 보면 중간정도의 틴트를 보여주는 색깔이 부담스럽지는 않아 보인다. 냄새를 가볍게 스치듯 맡아보면 달달한 옥수수 버번의 향이 느껴지다가 코를 넣고 깊게 냄새를 맡아보면 강한 알콜의 자극적인 향이 코를 자극하는것이 얼얼할 정도다. 다시 한번 천천히 냄새를 맡아보면 바닐라향, 땅콩껍질 그리고 유황성분에 기인한 흙내음 같은 풀 냄새가 가죽 냄새와 같이 느껴지고 역시 또 한번 코를 자극하는 알콜향이 페퍼향과 함께 치고 올라 온다. 노아즈 밀은 맛보다 냄새가 더 강한 버번이 아닐까 할 정도로 노즈에서 느껴지는 임팩트와 다양함이 대박이다. 치고 올라오는 알콜기운에 눈이 매워질 정도로 계속 향을 맡다보면 '아 이거 아주 화끈한 버번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실 오버프루프 버번은 알콜의 함량이 높은만큼 깊은 맛을 보여주는것이 상식이지만 냄새로 이런 다양함은 느끼기가 흔하지 않다.

노아스 밀의 다양환 노즈의 경험은 맛을 보면 더욱 더 확실하게 느껴진다. 달달한 옥수수 버번의 맛이 민트향과 비슷한 풀내음과 어우르는듯 하더니 57도가 넘는 알콜함량의 매운맛이 곧 미각을 들뜨게 만들어 버린다. 부드러운듯 매운맛이 동시에 느껴지는맛에 버번을 즐기지만 노아스 밀은 그 정도가 좀 심하다 할때 의외로 부드럽게 술이 넘어가며 알콜향의 바닐라, 콘시럽, 풀내음, 드라이한듯 약간 쓴맛의 우디한 오크향의 긴 피니쉬가 이어진다. 이렇게 한잔 마신 후 깊게 숨을 쉬어보면 확실히 보통 버번과는 다른 깊고 다향한 컴플렉스한 향들이 전두엽 바로 아래까지 몰려와서는 손에 손잡고 뱅뱅뱅 돈다. 부커스 버번이 헤비급의 일관된 우직한 맛의 강펀치라면 노아스 밀은 미들급의 화려한 기교와 변화무쌍한 맛의 연타 공격. (먹다보면 이래저래 KO 되는건 우리들 ㅋㅋ).

두잔 세잔 마셔봐도 노아스 밀은 그렇게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고 잘 넘어간다. 일단 마시고 난 목넘김이 그리 힘들지 않고 다양한 향과 함께 느껴지는 버번특유의 씁슬한 뒷맛이 견딜만 하기 때문에 다양한 향에서 느껴지는 컴플렉스한 깊은맛에 매료되어지게 된다. 그러나 노아스 밀은 병의 배치마다 맛의 편차가 존재하고 또 병을 오픈하고 에어레이션이 길어질수록 맛이 잘 풀어지기에(복잡한 향이 날아가면 단순한 향만 남아버림) 호불호가 당연히 갈린다. 그리고 마시는 재미는 상당히 있지만 아주 좋은 버번이다라고 단언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버번이라 생각한다 (뭔말이냐 이게 ㅋㅋ - 하지만 맞는 표현. 급정색). 다만 가격이 다른 프리미엄 버번들과 비교할때 엄청 착하므로 가성비로 꼽는다면 아주 좋은 버번이라 본다.

부커스(Booker's) - 100점 만점에 92점

부커스(Booker's)는 그 유명한 짐빔(Jim Beam)에서 만드는 스몰배치 버번이다. 짐빔은 미국의 대표 버번회사인데 지금은 일본 산토리(Suntory-그래 그 선토리 맞당)가 지난 2014년 연초부터 버번을 나발로 불었는지 and/or 약을 빨았는지 짐빔 인수가격으로  전례없는 높은 가격(160억 달러-이론상 최고가격ㅋ)을 제시하고 짐빔을 반강제로 사버려(?)서 지금은 짐빔이 일본계 빔 선토리(Beam Suntory) 소속의 회사가 되었다 (양덕후를 발라버린 알중 오덕후 돈지랄의 위엄 ㅎㄷㄷ). 그바람에 전세계 15위 규모이던 산토리는 세계 3위 증류주 기업으로 갑툭튀 ㅋ. 짐빔의 3대 상품인 짐빔, 메이커스 마크, 놉 크릭 성장 가능성을 높게 샀다고는 하지만 산토리는 재무구조가 짐빔 합 병 후 악화되었고 산토리 재무 관계자들은 합병후 상각 전 이익의 감소 요인에 대한 압박감과 비판을 짐빔을 빨면서 버티는 중이라고 ㅋㅋ (일본에서 맥주팔아 번돈 미국 버번회사에 몰빵). 하지만 일본 시장의 고질적인 고령화 문제로 해외시장 개척이 시급했던 선토리로서는 배수진이었다는 평가도 있고 그렇다.. 대부분 배수진 결과가 시망이라 그렇지 ㅎㅎ.

어쨋든 이런 짐 빔에서 부커스는 1988년 짐빔 관계자 선물용으로 소량 병입되어 처음 나왔지만 선물용으로 쓰다가 평이 아주 좋다보니 사업성 검토 후 1992년에 처음 출시되어진 역사를 갖고 있다. 부커스(Booker's)는 한 10년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과거에는 아주 독한 버번으로 많은 사람들이 마시기 힘들어 했고, 마초들이나 즐기는 하드 보일드 아이템으로 격하되어 대중들과 거리가 있는 버번이었다. 그러나 싱글몰트를 위시한 많은 위스키 품종들이 캐스크 스트랭스를 경쟁적으로 내 놓게 되었고 그 시류에 맞추어 배럴 프루트 버번들이 출시되어 인기를 독차지 하게 되니 이제는 없어서 못마시는 술이 되버렸다 (술도 약발이니 약발이 더 센거를 찾게 된건 함정 ㅋ).

알다시피 부커스는 물을 전혀 섞지 않고 병입하는 버번이고 배치별로 여러 배럴의 원액을 섞어 나온 도수대로 병입하는 스몰 베치 버번이기에 배럴 스트렝스(barrel-strength) 라고 표기한다. 이런 버번은 캐스크 스트랭스라는 말을 잘 쓰지 않고 배럴 스트랭스나(barrel-strength) 배럴 프룹(barrel-proof)이라고 한다. 버번은 높은 증발량과 스카치보다 짧은 숙성연도의 이유로 60도는 넘어야 배럴 스트랭스 명함을 내미는데 부커스는 알콜 함량이 내추럴 함량인 60.5–65.30% 정도로 배치마다 다른 도수를 보인다. 노아스 밀이 인위적으로 물(증류수)을 섞어 캐스크 스트렝스인 57.15% 을 유지(캐스크 스트렝스를 유지하기 위한 물을 섞어도 캐스크 스트랭스라 한다)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고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 짐빔의 후손인 부커 노(Booker Noe, 1929–2004)는 부커스를 출시할때 자기 이름을 사용하여 이 버번을 만들었고 병 라벨마다 일일히 도수를 표시해야 되는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라 하고 밀어 붙혀서 짐빔에서 제조되는 버번중 가장 높은 알콤 함량을 자랑하는 내추럴 배럴 프룹 버번이 탄생. 부커스는 물을 전혀 섞지 않는 Un-cut 프리미엄 버번중 가장 대중화에 성공한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한마디로 부커스가 짐빔이 내놓은 대량생산 버번이 아니라면 지금보다 훨씬 비싸고 구하기도 엄청 힘들거라는 이야기 ㅇㅇ.

짐빔 답게 (메막, 놉크릭, 부커스 하면 알쥐? 밀납 성애자들 ㅋ) 검은 밀랍으로 봉해진 병을 오픈하기가 다소 귀찮고 오픈 후 병의 모양새도 좀 떨어지지만 일단 '밀봉'된 병을 오픈하는 기분은 그리 썩 나쁘지는 않다. 술을 오픈해서 술 한잔 따라보면 진득하게 보이는 색부터 예사롭지 않고 향을 맡아보면 강하게 느껴지는 막 깎은 연필껍질 냄새와 함께 느껴지는 달달한 우디한 콘 시럽의 버번향. 그리고 매콤한 시나몬향과 바닐라향이 눅진하게 올라온다. 전체적으로 버번을 좋아한다면 이상적인 아로마가 어우러져 있다고 느껴지며 생각보다 알콜향은 그렇게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느껴지는 향도 일관성이 있고 풍부한 느낌이 드는것이 기대치를 올려주는 기분좋은 느낌이다. 만일 향을 맡을때 부담스러운 느낌이 든다면 얼음을 섞어 온더락으로 즐기기를 권한다.

잔을 들고 맛을 보면 와 소리가 나올 정도(이게 6x% 도수라고?)로 부드럽게 넘어가며 진득한 콘시럽과 우디한 오크향이 미뢰와 식도를 코팅(?)하는 느낌을 받게된다. 약한 계피향의 여운이 느껴지며 달달한 캬라멜과 약간의 과일향도 느껴지지만 역시 맛의 베이스는 우직하게 스모키하고 매콤한 버번의 헤비한 바디감이다. 어느정도 오일리 하고 크리미하게까지 느껴지는 바디감의 목넘김은 나름대로 깊은 울림이 있고 여운있게 넘어가는 뒷 맛은 부커스가 참 물건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부커스에도 배럴 차르(barrel char) 특유의 쓴 맛과 잡내음이 비위를 거스르기도 하지만 그런 점도 없다면 부커스의 가격은 최고급 원액을 15년-23년 이상 숙성시킨 Pappy의 가격들 처럼 한병에 1-2백만원을 홋가하는 넘사벽이 되었을 것이다 ㅋㅋ 그리고 평균 숙성 7년의 부커스 버번은 그 맛이 너무 어리면서도 진하고 헤비하다 보니 술한잔을 마신다기 보다 씹어먹는다는 표현도 어울릴 정도. 부커스의 높은 알콜 도수가 부담스럽다면 아까 이야기 한 것 처럼 온더락으로 즐기거나 물 몇방울로 약간 도수를 낮추는 방법을 권한다.

이렇듯 부커스는 여러 매체들의 높은 전문가 평가점수와 많은 어워드 수상경력을 자랑하고 있는 버번이지만 60도가 넘는 높은 도수의 헤비스모키 강펀치는 아무나 좋게 받아들일만한 술 맛이 절대로 아니다. 본인이 위스키를 많이 마셔왔고 50도가 넘는 고도수 술들도 오롯하게 즐길 경지가 되어서야 제대로 느낄만한 술이지 충분한 팔렛(술맛의 바디를 감별한 만한 기준)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마시면 넘보기 힘든 '독주'요 남들이 좋다고 떠드는 테이스팅 노트나 시음후기도 식도에 불붙히고 참기힘든 콜록거림에 흩날리는 알중들의 '잡소리' 일뿐이다 ㅋ. 그리고 부커스의 테이스팅 노트는 일관성이 있고 깊이가 있는 맛이지만 노아스 밀같은 다양한 컴플랙스가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배럴 프룹 버번 특유의 특성은 부커스가 다 가지고 있기에 버번을 좋아한다면 부커스는 꼭 마셔봐야 되는 Top list에 드는 버번중의 하나라는 나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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