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몰트 15년 짱들의 전쟁

Published date: 03/03/2014
싱글몰트 15년 짱들의 전쟁

Glendronach 15 | Glenfiddich 15 | Springbank 15


18년 넘는 숙성년도가 높은 위스키들은 평이 아무리 좋아도 공급될 수 있는 위스키 원액물량이 충분하지 못하고 소비자층도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통 12년 위스키가 브랜드 위스키회사 매출액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력 상품이다. 이런 이유로 각기 다르기 마련인 위스키 회사들의 특성을 대중들에게 보편적으로 보여준다는 공통점도 있다.

우리가 흔히 마시고 있는 12년 위스키들을 볼 것 같으면 시바스 리갈 12, 윈져 12, J&B 12. 자니워커 블랙 12, 발랜타인 12, 임페리얼 12, 글렌피딕 12, 글렌리벳 12, 맥캘란 12, 제임슨 12, 드워스 12, 페이모스그라우스 12, 야미자키 12, 발베니 12, 올드파 12, 하일랜드 파크 12, 글랜파클라그 12, 보우 모어 12, 아벨라워 12, 히비키 12, 커티샥 12 ... 정말 일일이 올리기도 벅찰(로 쓰고 귀찮다고 읽는다)정도로 많기도 하다. 자동차 회사로 치면 각 자 동차 회사의 컴팩트 4도어 세단처럼 각 자동차 메이커들이 사운을 걸고 대중들에게 어필할 만한 제품들 인셈 ㅋ.

이렇게 12년 위스키들은 각 위스키 회사의 기본 상품이다. 그런데 이런 12년 위스키는 엔트리급으로 인식이 되기에 술을 좀 즐긴다 싶으면 자연스럽게 급이 조금 높은 술로 업그레이해서 마시고 싶어하게 되어있다. 원래 자가용도 상위 클래스차종으로 업글 본능 무시못하듯이 ㅋ. 참고로 국내 위스키 5대 브랜드 매출집계 12년산 판매비중은 68%, 15년은 26%, 그리고 18년 이상이 6%수준이라 한다. 싱글몰트 30년 이상 초고숙성 위스키는 정식경로로는 국내 하루 한병 미만으로 팔릴정도로 아주 귀하다.

여하튼 12년 숙성 위스키는 좀 오래 마셔서 꽤 익숙해지다 보면 마실수록 즐기기에는 좀 단순하다는(12년의 태생적한계)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18년 숙성 이상 위스키들은 좋은것은 알겠는데 마시기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고, 기분내서 한병 질렀는데 맛이 없으면(지뢰밟으면 가성비 망했어요 엉엉) 낭패이고 그러다 보니 양쪽의 단점을 피하고 장점들을 취할수 있는 15년 숙성 위스키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꽤많은 15년 위스키들이 명함을 내밀고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15년 위스키의 3대 짱 - 글랜드로낙 15, 글렌피딕 15, 스프링뱅크 15를 시음해 보았다. 발베니 싱글배럴 15년, 글렌리벳
15년 프랜치오크, 맥캘란 15년 파인오크등 그리고 그밖의 다른 15년 위스키들도 나름대로 좋지만 내가 고른 3대 짱들보다는 개인적 선호도가 떨어진다.

Glendronach 15 (10점 만점에 9)

글렌드로낙 15는 맥캘란이나 글렌파클라스 셰리 싱글몰트 제품들 처럼 셰리(Sherry)캐스크 100%로 원액을 숙성하기에 진한 셰리향이 특징이다. 점점 맛이 약해지는 감이 없지 않는 맥켈란 셰리보다는 좀 스파이시하고 맥켈란 올드 보틀맛을 그리워 하는 셰리팬들이 좋아하는 싱글몰트이다. 또한글렌드로낙의 연간 생산량은 약 40만병 수준으로 대표적인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인 글렌피딕(1,200만병), 맥캘란(600만병) 등에 비해 소규모이지만 점점 마니아들이 늘어나다 보니 글렌드로낙도 셰리통 수급부족 ㅋ 버번오크통 숙성 시작했어요~ 이젠 셰리 몬스터라는 위상을 언제까지 이어갈수 있을지 관심사이며 현재 나오고 있는 셰리숙성 캐스크스트랭스 한정판들은 수집가들의 주요 수집품목이다. 일단 빈티지 한정판은 지르고 보는 수집가들 덕분에 많은 리미티드 위스키들이 국내외에서 속속 절판되고 있다.. 돈 있어도 구하기 힘든 위스키.

글렌드로낙 15년은 향이 일단 풍성하다. 셰리의 달달한 향속에 코코넛, 럼, 토바코와 버무린 새콤한 발리향. 후각이 좋은 사람은 스월링 계속 반복하면서 향만 맡아보아도 쏟아지는 풍부한 향취에 하악거릴 정도다. 특히 에어레이션의 경과 시간에 따라서 맛이 더 좋아질수 있기에 스트레이트로 원샷하지 말고 술을 따른후 천천히 시간을 두고 마셔보길 권한다. 온더락으로 마시면 향이 죽으니까 상온의 물을 약간 섞어서 마시는것도 좋은 향을 느끼기에 좋다. 내 개인적으로 하일랜드파크 25년과 견줄만한 뛰어난 컴플랙스를 보여주는 감칠맛나는 위스키라 생각된다. 즉 가성비 갑이다.

물을 섞을때는 물을 조금씩 (티스푼으로 물을 떠서 몇방울씩 흘려가며 섞어야 한다. 잔술의 양이 아주 적기때문에 물조절 실패하면 밍밍해진다) 섞어야 알콜에 눌려있던 고유의 향이 미묘하게 더  살아나게 되는데 셰리 특유의 오크느낌의 바디감이 더 부드러워진 크리미한 맛도 보여주고 과일향과 꽃향기도 좀 더 다양하게 느껴진다. 피니쉬도 중간이상 하면서 부담스럽지 않은것이 15년 숙성에서 보여주기 힘든 고숙성 위스키의 느낌도 준다. 이 술은 초보들이 즐겨도 무리는 없지만 최소 싱글몰트 5-6종류 이상 마셔보고 마셔봐야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술이라 생각한다. 마셔보고 맛도 좋고 가격도 좋다보니 대다수가 좋다고 하는 술중의 하나. 맥캘란의 맛은 점점 약해지고 가격은 점점 쎄지는 요즘 셰리 팬들은 글랜드로낙과 글랜파클라스만 믿고 가는것이 진리임.

Glenfiddich 15 (10점 만점에 8.8)

싱글몰트 위스키의 맹주(판매량이 ㅎㄷㄷ)인 글렌피딕 위스키 제품중 15년은 자타공인 베스트셀러. 글렌피딕이 자랑하는 솔레라 시스템(여러 층으로 쌓은 오크통들을 위 아래, 양 옆을 관으로 연결하고 맨 위의 통부터 술을 채워 숙성시키고, 맨 아래 통에서 그 일부만을 빼내고, 다시 맨 윗통에 술을 채워 넣어 숙성시키는 방식으로 술의 품질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또한 새 술과 옛 술이 섞이므로 특정 해의 빈티지 특성이 잘 안나온다. 와인과 브랜디 제조시 사용되는 방법인데 위스키중에서는 글렌피딕이 유일하게 사용중임. 오크통 3종세트, 균일품질원액, 연결파이프 부식문제등을 빡세게 관리해야 하고, 연결통 연좌제라 한통이 오염되어 맛이 가면 다 망하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꾸준한 관리, 인건비 등 상당한 자본력이 있어야 시전할수 있는 자본집약적 기술임)으로 버번 오크와 셰리 오크, 새로만든 오크통 에서 숙성한 원액들을 섞어서 제조한다. 이렇게 각기다른 맛들이 믹스되어 제조되니 복잡하고 깊은 향이 특징인데 여자들도 좋아하는 꿀과 바닐라 같은 부드러운 향과 바디감이 많은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따라서 초보 입문자들에게 좋다고 할 수 있다.

향은 약간 오렌지향이 느껴지는듯 달콤한 편이고 한잔 마셔보면 부드럽게 넘어가는 느낌이 글렌피딕 12년과 완전 다른 느낌을 준다. 사실 글렌피딕12와 15는 거의 다른 술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정도로 상이한 성격을 보여주지만 둘다 장점이 크기에 잘팔리고 있다. 15년은 달콤한 느낌의 바디감에 눈이 커질일도 없이 부드럽게 넘어가지만 피니쉬는 의외로 강하게 그러나 기분좋게 이어지며 향긋한 그 여운이 이어진다. 이런 발란스감과 피니시는 글렌피딕 15의 전매특허. 15년 위스키중 많은 전문가들이 높은 점수를 주는 이유가 아닌가 한다. 제조량도 많다보니 가격도 저렴하기까지 해서 판매자 소비자 윈윈인셈. 싱글몰트를 잘 모르는 지인과 마실때 시음용으로 꼭 권하는 위스키중 하나이며 또한 술의 취향이 다양한 지인들과 즐길때 좋은술이다. 하지만 한두잔 마시고 남는 여운의 임팩트가 좀 약하다보니 좋은 술이지만 대단한 술이라는 느낌은 부족하게 느껴짐. 이럴땐 킹왕짱 가성비 생각하면서 마시자 ㅋ

Springbank 15 (10점 만점에 8.9)

스프링뱅크는 스코틀랜드 남부 반도지역 캠벨타운(Campbelltown)에서 생산되는 싱글몰트 스카치 위스키인데 일단 제조회사가 장인정신으로 똘똘 뭉쳐서 까다로운 품질관리로 그 명성이 자자한 증류소이다. 1828년 설립후 지금까지 가족 경영으로 이어져오는 몇 안되는 증류소인 동시에 재료인 몰트를 건조하는 것부터 숙성, 병입까지 모든 제조과정도 한 곳에서 해결하는 몇 안되는 증류소. 거기다가 냉각여과(Chill-Filtering)는 물론 인공적인 색소첨가도 하지 않으며, 알콜도수를 맞출 때에도 위스키를 제조할 때 사용한 증류수를 쓴다고 하니 ㅎㄷㄷ.

뿐만 아니라 위스키 제조 방식도 장난아니어서 중간 정도 피트처리된 몰트를 가지고 2.5회 증류시켜 생산하는 방법, 강한 피트처리를 통하여 2회 증류시킨 방식으로 생산하는 방법 그리고 피트처리를 하지 않은 몰트를 가지고 3회 증류시킨 방식으로 생산된 방법으로 나뉜다. 엄청 손이 가기에 싸게 마실만한 술이 아님요ㅋ. 스프링뱅크 15는 일단 품질이 나쁠 일은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거기에 일단 먹고들어간다는 셰리숙성! 그러나 셰리캐스크 치고는 탄닌특유의 묵직한 바디감과 달면서 짭짜름한 컴플렉스함이 호불호로 갈리기 때문에 싱글몰트를 많이 접해본 중급자 이상에게 권한다.

향을 맡아보면 일단 은은하면서도 눅진하다. 과일향 과 가죽향 거기에 우디한 느낌 그리고 짭짤한 향도 복합적으로 느껴진다. 맛을 보면 역시 46도 도수답게 오일리하기 까지한 진한 풀바디의 느낌이 전두엽을 때려준다. 버번처럼 찡한맛은 아니지만 마초스러운 오크향의 스모키한 기분도 든다. 그러나 놀랍게도 거칠다는 느낌은 느껴지지 않고 크리미한 오크향이 가죽냄새와 함게 살아나면서 신선한 피망즙 향이 약간의 짠맛과 함께 느껴지는 것이 아주 중후하고 카리스마틱한 피니쉬로 이어진다. 이 복잡 미묘한 맛의 발란스의 피니쉬 - 대단히 좋은 - 를 한번 즐기기 시작한다면 스프링뱅크의 매력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다. 여기에 향이 깊은 시가를 한대 손에들고 스뱅 15의  피니쉬와 함께 한다면 당신은 이미 싱글몰트의 풍류를 제대로 즐기는 덕후 인증 ㅋ.

싱글몰트를 가볍게 마시면서 임팩트를 얻고싶다면 (한두잔 마실 자리라면) 스프링뱅크는 충분한 여운을 남겨주는 좋은 술이다. 특히 싱글몰트를 본격적으로 즐기기 시작한 사람도 한번 꼭 마셔볼만한 술이기도 하다. 셰리숙성의 풍미와 아일라 위스키 처럼 스모키하면서 옅은 짭짤한 맛의 훌륭한 조합은(바닷내음은 아니다. 그냥 물에 간장 조금 넣은듯 짠맛의 힌트정도) 회와같은 해산물 함께 먹어도 가격에 비해 상당히 훌륭한 궁합을 보여준다. 이렇게 스프링뱅크 15는 웬만한 21년산 위스키의 아성도 넘볼만큼 클라스가 남다르기에 싱글몰트 15년 3대 짱의 하나로 생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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