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 레벨 블렌디드 위스키 5종

Published date: 05/06/2014
엔트리 레벨 블렌디드 위스키 5종

Chivas Regal 12 | Johnnie Walker Black 12 | Dewar's 12 | Cutty Sark | The Famous Grouse


스카치 위스키중 블렌디드 위스키(blended whisky)는 두 군데 이상의 증류소에서 나온 위스키 원액들(싱글몰트와 그레인 위스키, 숙성 연도가 다른 원액)을 기업비밀인 레시피 비율로 섞은 위스키를 말함. 싱글몰트 위스키 생샨량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대량생산 품목이기에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되는 위스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보면 됨.

대량생산이 가능(가격이 싸다. 소주 생각해 보자)하고 맛이 거친 그레인 위스키에 10~45% 정도의 키몰트 위스키를 섞는데, 고급 브랜드일수록 가격이 높은 몰트 위스키의 비중이 높다. 최고급 블렌디드 위스키로 유명한 발렌타인 30년같은 경우 저가 그레인 위스키를 사용하지 않고 Speyside, Highlands, Islay, Lowlands 지역의 고급 몰트원액과 엄선된 고급 그레인 위스키 원액만을 섞어서 만든다고 한다 (발렌30년 가격에는 영국 4대 지방 원액 택배비포함 ㅇㅇ)

과거 싱글몰트 위스키는 원래 제한된 수량으로 소수의 사람들이 유럽에서나 즐기던 덕후 아이템이었고 일반 대중들에게는 블렌디드 위스키가 스카치 위스키의 주류였었다. 우리나라도 양주에 부과되는 주세가 엄청 높았었던 70년대-80년 초반 시바스 12같은 양주 소비도 부의 상징이 될정도로 레어템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엔트리 레벨 12년 블랜디드 위스키는 줘도 잘 안마시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ㅋ.

어쨋던 본격적으로 위스키의 참맛을 알고 싶다면 일단 블렌디드 위스키 한병 구입해서 6개월 안에 한병을 다 마셔보는 방법을 권한다.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보고, 온더락으로 얼음넣어 마셔도 보고, 물을 섞어 미즈와리로 마셔도 보고, 사이다, 클럽소다도 섞어 하이볼로도 마셔도 보고, 40도 정도하는 강한 도수에 익숙해 지려면 자주 마셔야 그 맛에 대한 감각이 생기는것 같다. 그렇다고 매일 한잔씩 홀짝대다가 본격 알콜중독 체험기 쓰지는 말고 ㅋ.

내가 쓴 시음기들을 보면 대중적인 블렌디드 위스키 부터 시작했어야 했는데 늦은감이 있지만 엔트리 레벨 블렌디드 위스키 5종 시음기를 써본다. 내 개인 취향이 반영된 글이지만 참고 할만한 내용이 있다면 참고 하길.

시바스 리갈 12 (Chivas Regal 12)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양주. 세계적인 명성도 있는 그리고 12, 18, 25 숙성제품으로 판매되는 나름 족보있는 스카치 되시겄다. 시바스 브러더스가 전세계를 상대로 팔아온 위스키의 대명사. 특유의 덤(Dumb) 보틀디자인과 은색 쉴드 문양까지 브랜딩이 잘 되어있는 위스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마셨던 위스키로도 유명했다(시바스 18이나 로얄살룻이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마지막 술자리에 있었던 술이라는 루머가 있는데 사실무근. 시바스 12 이라 알려짐).

노즈는 바닐라틱한 향과 약간 자극적인 우디한 알콜향이 느껴진다. 그레인 위스키의 특성인데 온더락으로 그 향을 죽일수 있기에 처음에는 온더락으로 마셔보기를 권한다. 한잔 마셔보면 몰티한 바디감에 약간 매운맛이 느껴지지만 목넘김이 역시 거칠고 피니쉬는 중간정도로 좀 거센느낌이 든다. 드라이한 느낌이 강하다 보니 과일안주나 건어물 안주와 궁합이 맞는편이고 탕수육이나 파스타같은 밀가루+고기 안주도 페어링이 될법도 하다. 술의 향기가 복잡하다 보니 뭐 안주 땡기는거 있으면 같이 먹도록 하자.

우리나라에서 고리타분한 아버지 세대 양주로 취급받을지 몰라도 아직 그 명성은 세계적으로 짱짱한 편이다. 전세계 듀티프리샵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고 특유의 복합적인 뒷맛에 맛을 들이면 은근히 중독성이다. 그러나 선택의 폭이 시바스 리갈 12 뿐이면 모를까 다양한 위스키가 판매되는 지금 호불호가 갈리는 위스키의 하나로서 조니워커 덕후에게 많이 까이는 위스키이다. 아무래도 시바스 특유의 피니쉬에서 거부감드는 향취가 거슬리기 때문.

비법 한가지 공개 - 시바스 12는 공기와 충분히 섞일수 있도록 디켄팅을 해주면 거친향기가 줄면서 부드러운 위스키로 변신한다. 시바스 12, 18 맛을 들이기 힘들다면 술병의 반정도를 다른 빈병에 옮겨넣고 뚜껑을 닫은다음 세게 흔들어 공기를 섞어주고 한달정도 보관해 보자 (뚜껑닫고 보관! 병안에 있는 공기와 접촉해서 에어레이션 반응). 이렇게 디켄팅된 시바스 리갈 12 위스키를 온더락 또는 미즈와리로 즐겨보면 새로운 맛을 경험할수 있지....만 그래도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그건 본인 미각이 잘못된 거임. 조니워커나 듀어스 마셔라 ㅋ. 취향은 쉽게 바뀌는것이 아니지만 세월을 두고 바뀌기도 하니까 몇년 지나서 다시 맛을 보기를 권하는 바이다.

조니 워커 블랙 라벨 12 ( Johnnie Walker Black 12)

병을 포장할때 병이 잘 깨지지 않는 디자인을 연구하다 탄생한 네모난 병모양의 조니워커. 12년 이상 숙성된 위스키 40여 종류 이상을 블랜드하여 만든 위스키이다. 1933년 영국왕 조지 5세로부터 왕실 보증서를 받았다. 스모키하면서도 단맛의 과일향이 발란스 좋게 잡혀있는 조니워커의 대표 위스키이다. 가격 또한 품질에 비해서 저렴한 편으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위스키이기도 하다. 남미쪽에서는 꽤 알아주는 고급 위스키로 알려져 있다. 위스키의 색상은 캐러멜 색소를 첨가하여 일정한 틴트를 유지한다고 하는데(색깔이 찐한 그래서 비싼 셰리숙성 원액이 섞일리가 없으니)  캐러맬 색소가 많이 첨가되어 특유의 쓴 뒷맛을 느낄수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 덕분에 전세계 대부분의 대도시 바에서 쉽게 찾아볼수 있는 스카치 위스키이며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노즈는 약간 달콤한 우디향이 느껴지지만 맛을 보면 의외로 부드러운듯 풍부한 향취가 리치하게 느껴진다. 약간 매운맛의 피니쉬는 드라이하게 이어지며 말린 과일향도 느껴지는것이 대중에게 어필할 만한 맛이라 생각된다. 온더락으로도 스트레이트로도 잘 넘어가는 무난한 품질의 위스키라 하겠다. 물을 섞어 마시면 향이 죽어버리니까 미즈와리로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조니워커 12를 맥주에 섞어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조니 워커 블랙 라벨 12 가격이 높지 않고 회식문화/개인 취향이니 뭐라 할 사항은 아닌듯 하다. 그래도 조니워커 향을 즐길수 있는 방법으로 마시는것이 좋을 듯. 20대 나이에도 어울릴만한 위스키라 생각하지만 과음은 하지 말기를 바람.

듀어스 12  (Dewar's 12 )

키몰트가 Aberfeldy라 하는데 맛이 부드럽고 발란스감도 좋은것이 블랜디드 위스키중 나름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위스키이다. 몰트위스키 비율이 40%정도라고 하는데 술 취해서 온더락으로 마셔보면 싱글몰트와 흡사한 풍미와 맛을 느낄수 있다. 국내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맛을 들이면 자주 마시고 싶어지는 위스키이기도 하다.

노즈는 몰티한 느낌이 드는것이 싱글몰트의 영향이 많이 느껴지고 부드러운 발란스감도 더블에이지라는 6개월 추가숙성의 영향인듯. 크리미한 느낌의 바디와 스모키한 조화로움 그리고 달달한 뒷맛의 견실한 피니쉬까지 가성비 갑인 블랜디드 위스키. 천천히 맛을 보면서 마실수 있는 니트로 마셔보길 권하며 온더락으로 즐겨도 좋은 위스키라 생각된다. 블렌디드 위스키 입문용으로 추천하는 위스키중 하나이며 가격도 합리적인 수준이라 생각됨.

듀어스는 맥주와 섞어마시면 맛을 버리는 술이므로 위스키의 향을 오롯이 즐길수 있는 스트레이트나 온더락을 권장 ㅇㅇ. 안주는 술의 풍미를 살릴수 있는 견과류나 과일정도가 좋을듯. 셰리 숙성 싱글몰트급 맛을 보여주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분위기는 느낄수 있는 블렌디드 위스키임. 이런 좋은 품질의 위스키가 저평가 되어있는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점점 호평을 받고 있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변화를 줄지 기대되는 위스키이기도 하다. 외국에서의 평가는 "이런 가격대에 이런 맛을 느낄수 있다니 엉엉" 하는 가성비 찬양 일색 - 결국 맛이 좋으니 가성비가 좋은거다.

커티삭 (Cutty Sark)

범선을 뜻하는 말로서 발음이 커티삭인데 우리나라에서 유독 커티샥이라도 많이 부른다. 커티삭은 북미에서 아주 유명한 블랜디드 위스키로서 밝은 색깔 위스키가 녹색병에 담겨 있는데 깔끔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 밝고 젊은 술 느낌이 들기에 라이트 위스키 계열의 선두주자. 아일라 몰트를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피트향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캐러맬 색소를 쓰지 않아서 술의 색깔이 엷기때문에 맛이 약할듯 하지만 의외로 화사한 꽃다발향속에 톡 튀는 알콜의 발랄한 맛이 숨어있다. 발리향이 아주 많이 느껴지면서도 몰티한 풍미가 부드러운 피니쉬로 이어지기 때문에 한번 맛들이면 계속 즐길수 있는 블렌디드 위스키이다. 더운 여름날씨에 잘 어울리는 라이트한 위스키로 온더락이나 하이볼로 마시길 권한다. 야외에서 마셔도 흥을 돋구어 주는 위스키.

미국에서 버번에 질린 사람들이 많이 마시는 위스키로 가격도 저렴해서 많은 유학생들이 마셨던 위스키로도 유명하다. 맛이 가볍고 피니쉬에서 느껴지는 부담이 적다보니 한국 음식과 잘 어울리는 위스키이기도 하지만 술술 넘어간다고 무리해서 마시면 술독 오르기 십상이니까 자신의 주량을 알고 마시도록 하자. 40도 도수는 만만하게 보다가 큰코 다치는 도수란걸 명심할것.

페이머스 그라우스 (The Famous Grouse)

그라우스는 영국 하이랜드에서 많이 서식하고 있는 꿩과의 뇌조라는 새로서 영국 사냥때 많이 잡히는 새라고 한다. 스코틀랜드 판매 1위를 자랑하는 페이머스 그라우스는 하이렌드 파크같은 고급 키몰트를 사용해서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스탠다드 급은 약간 거친맛이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격을 생각하면 뛰어난 맛과 품질을 보여준다. 좀 쓰고 거친듯한 뒷맛이 있지만 단맛이 약해서 그런거지 술자체의 풍미가 좋지 않은것은 아니며 다른 블렌디드 위스키와 비교할때 어느정도 고급스런 느낌이 드는 위스키이다.

노즈는 가벼운듯 약간의 과일향과 발리향이 느껴지지만 맛을 보면 의외로 강하게 느껴지는 바디감과 크리미한 몰트향이 놀랍게 느껴진다. 약간 단맛이 느껴지는 몰트향이 컴플랙스하게 넘어가며 초보자들은 약간 힘들만한 뒷맛의 피니쉬로 이어지는데 키몰트의 성향이 그레인위스키의 거친맛을 다 잡아주지 못하기 때문인듯 하다. 몰티한 피니쉬는 마초스러운 맛으로 이게 한번 맛을 들이면 또 좋은 특성이 되어 덕후가 되기도 한다. 버번처럼. 그래도 계속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좀 강한술이므로 온더락으로 마시거나 디켄팅을 약간 해주기를 권한다.

위스키 초보라면 스탠다드보다 윗등급인 12년 숙성을 블랙 그라우스를 마셔보길 권하지만(마시쩡) 그래도 탑 브랜드 블렌디드 위스키인 페이머스 그라우스는 스탠다드부터 즐겨보길 권한다. 많은사람들이 좋아하는 위스키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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