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35 전투기

Published date: 02/13/2023
 미국 F-35 전투기

F-35 Lightning II, 미국의 5세대 스텔스 다목적 전투기. 명칭의 유래는 미국의 P-38 라이트닝과 공동개발국인 영국의 BAC 라이트닝으로서, 이 두 기종 모두를 계승하겠다는 의미에서 Lightning II가 되었다.

JSF 프로그램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이 착수되었다. 1996년 11월 16일에는 기술입증 단계에 참여한 3사 중 록히드 마틴과 노스롭 그루먼이 설계한 기체가 선정되었다. 미국 공군/해군/해병대와 영국 공군의 요구조건에 부합하도록 설계/개발되었다.

단발기라 엔진도 큰데 무장창까지 안으로 구겨넣다 보니 크지 않은 미들급 덩치에 비해 상당히 두꺼워진 모습이 특징이다. 그래서 생긴 별명이 라뚱이. F-35A형은 미 공군의 F-16C/D형과 A-10을 대체, F-35C형은 미 해군의 F/A-18C/D을 대체하고 F/A-18E/F형을 보완, 수직이착륙형인 F-35B형은 미 해병대의 AV-8 해리어 II+와 F/A-18C/D 영국/이탈리아/스페인의 AV-8 해리어 EA-6B 전자전기를 대체하기 위하여 개발되었다.

F-22 랩터가 F-15를 대체하는 기종이라면 F-35는 F-16/해리어/A-10/F/A-18등 로우-미들급 전투기와 공격기를 모두 대체하는 기종이다. F-22의 가격이 워낙 천문학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좀 더 저렴하고 다양한 임무를 맡을 수 있도록 멀티롤 전투기/공격기로 설계되었다. 기존 F-15가 제공권 장악, F-16이 지상 공격 임무를 맡았던 것처럼 F-22가 제공권 장악, F-35가 지상 공격 임무를 맡는 식이다.

다만 F-22는 미군도 200기 내외 밖에 운용하지 못하고 있고 수출도 하지 않기 때문에, F-35는 단독으로 제공권 장악과 요격도 실행할 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다. 미군이 F-22를 출격시키지 않는 상황이나 F-35를 하이급 전투기로 사용하게 될 수입국 공군이나 미 해군, 미 해병대에서는 제공기로 운용하게 된다.

가격은 2018년 F-35A 기준 8,920만 달러, 2015년 기준 유지비는 연간 200시간 기준 비행시간당 42,200 달러로 비싸지만, 같은 5세대 전투기인 F-22는 더 비싸고 단종되었으며 한 세대 뒤처진 F-15E, 유로파이터, 라팔 등이 1억 달러에서 2억 달러 가까운 가격으로 팔리는 것을 보면 의외로 비싸지는 않다. 참고로 F-16의 기준 비행시간당 비용은 22,514 달러이다.

2001년 10월 26일, 미국에서 합동전투기 계획인 JSF(joint strike fighter)가 채택되었다. 목적은 해군,공군,해병대에서 1980년대 중반 이후에 실용화된 전투기와 공격기들이 21세기에 들어서 퇴역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그 후속기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사실 JSF 계획 전부터 미국의 각 군은 후속기들을 개별적으로 연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1980년에 동유럽에서 민주화 운동이 시작되고 1991년 12월 25일에 소련이 붕괴되어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서 냉전이 종결됨에 따라 미국은 국방예산을 삭감하는 동시에 군대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이런 정치환경에서 각 군이 요구하는 새로운 전투기와 공격기를 개별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낭비라는 인식이 팽배해졌고 재정적으로도 어려워졌기 때문에 각 군의 후속기 연구들을 하나로 모아 단 하나의 기종으로 통일하려고 했다. 덕분에 JSF계획의 기종선정사업에 뛰어든 록히드 마틴과 보잉은 무수히 날아드는 각 군의 세부적이고 다양한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시켜야 했다. 해군은 항공모함에서 주로 운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진입 속도가 낮은 것을 원했고 때문에 착함에 견딜 수 있는 강도, 되도록 커다란 전투행동반경을 요구해왔다. 해병대는 수직이착륙기인 AV-8B의 후속으로 배치할 생각이었기에 그와 동일한 능력을 요구했다. JSF는 고민 끝에 위의 해군과 해병대의 요구를 완전히 동일한 항공기로는 동시에 충족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각 군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파생형을 만들기로 계획을 변경한다.

위와 같이 각 군의 요구조건이 워낙 까다로웠기 때문에, 록히드 마틴과 보잉은 자신들이 그 요구조건을 충족시킬 기술이 있다는 것을 JSF 사업단에게 증명하기 위해 기술개념 실증기부터 만들어야 했다. 보통 Y로 시작하는 다른 프로토타입과는 달리 실험기에 쓰는 X 넘버링이 붙은 것은 그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에 중점을 두고 보수적으로 접근한 보잉은 X-32를 비교적 순조롭게 만들어 내놓았으나, 보다 고성능을 추구한 록히드 마틴 쪽은 숱한 난관을 뚫느라 일정이 계속 늘어졌다. 혹자는 '스텔스기도 만들 줄 알고, 초음속기도 만들 줄 알고, 수직이착륙기도 만들 줄 아는데 그 셋을 한꺼번에 다 하는 비행기를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며 푸념하기도 했다. 그동안 X-33과 34는 다른 시험기가 먼저 챙겨가서 록히드 마틴의 실증기는 X-35가 되었다.

이렇듯 앞서나간 보잉이었지만, 먼저 만든 보람도 없이 미 해군이 함상 착함 속도를 제한하고 귀환 무장 탑재량을 9,000파운드로 늘려버리는 바람에 보잉은 오히려 불이익을 봤다. 록히드 마틴 측은 설계를 변경할 수 있었으나, 실증기를 벌써 거의 다 만들어버린 보잉은 어쩔 수 없이 만든 그대로 제출하면서 중량 감소와 수평미익을 추가하겠다는 재설계안을 동봉하는 선에서 정리했다. 물론 JSF 사업단 측이 뒤늦게 요구조건을 변경한 것이기 때문에 보잉에게 공식적으로 패널티가 주어진 것은 없었으나, 기체 형상이 크게 바뀌는 문제이기 때문에 불이익이 정말 없었으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업 초반에는 먼저 실증기를 만들고 몇 차례의 시험 비행을 성공시키며 보잉이 우위를 점했지만, 수직이착륙에서 우위가 뒤집어지게 된다. 저렴함에 초점을 맞춘 보잉은 개발비를 줄이기 위해 이미 검증되었고 자기들이 만들어서 잘 알기도 한 해리어의 단일 엔진-직접 분사 방식을 응용했으나, 해리어의 문제점인 초음속 비행이 불가능하단 점과 지면에 반사된 배기 가스가 에어 인테이크로 다시 들어가서 엔진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문제도 똑같이 일어났다. 물론 보잉도 예상했던 부분이라 재흡입되는 배기 가스를 찬 공기로 막아주는 제트 스크린 노즐을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이를 해결하느라 X-35보다 개발 일정이 뒤쳐졌다. 반면에 록히드 마틴의 X-35는 보다 복잡한 리프트 팬 시스템의 개발에 성공하면서 기세가 올랐고, 수직이착륙용과 초음속 비행용 부품을 갈아끼워야 했던 X-32와 달리 수직이착륙과 초음속 비행을 한 번에 해내는 기염을 토해냈다. 테스트 비행장에서 워싱턴 D.C.까지 왕복하면서 의원들의 환심을 샀던 것은 덤. X-32에 비해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고, 양산형으로 이행할 때 변경해야 할 부분이 적은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공약으로 JSF 사업 취소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소요된 돈은 아깝지만, 그렇다고 돈을 더 들일 가치도 없는 결함품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차라리 F-22를 재생산하면서 F-35에 들어간 신기술을 F-22에 도입하겠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해군 주전력으로 전함을 재취역시키겠다는 말도 한 바 있다. 게다가 미군이 F-35에 걸고 있는 기대가 상당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트럼프가 JSF를 백지화하려고 하면 군 측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2016년 현재 미 공군과 미 해병대가 F-35 실전 배치를 시작한 상태이며, 게다가 F-35C는 이미 항공모함에서 이착륙도 마친 상황이다. 취소하기엔 너무 늦은 시점이라 취소한다면 F-35C를 취소할 가능성이 없어보인다. F-35 사업이 보통은 아닌지라 제아무리 대통령이 된다 한들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

트럼프는 2016년 12월 행한 인터뷰에서, "F-35 너무 비싸다. 구매비용 수십억불 줄이겠다"고 다짐했다. 기사 아마도 구입대수를 줄이려고 하며, 그렇다면 올라가는 기체 단가나 혹은 미국이 줄이는 대수를 동맹국에 떠넘길 것이라는 것이 중론. 아무래도 취소는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본인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트럼프는 다시 F-35 예찬론자로 선회하여 2017년 5월경, 트위터에 '일본의 대공감시에 F-35가 걸리지 않고 비행했다'며 스텔스 성능을 칭찬하기도 했다. 물론 일본이 그런거 탐지된 적 없다고 반박하자 미 국방부가 'F-35가 일본 상공을 통과한 적은 없다'는 성명을 내는 등 온갖 잡음이 나오는 중. 결국 트럼프가 잘못 안 것으로 결론났다. 물론 F-35의 침투훈련이 성공했다면 당연히 일본에 F-35의 비행 기록이 남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일국의 대통령이 트위터로 가볍게 발표해버리는 것은 동맹국의 체면을 심하게 손상시키는 일이고 특히 체면을 중시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는 좋지 않은 행동이다. 결국 일본 자위대에 비밀스럽게 개선사항을 전달하는 것으로 끝났어야 할 일을 경박스럽게 공개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외에도 영국이 두 번째로 돈을 많이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영국의 요구도 많이 반영되는 편이고, 그 밖에 이탈리아, 네덜란드, 튀르키예, 캐나다, 호주, 덴마크, 노르웨이 등이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블록별 업그레이드가 다 완료된다는 전제 하에 카운터 스텔스 기술에 대한 고려가 없는 대부분의 4세대 전투기들은 원거리에서 압살해버릴 수 있는 수준이며, 전자전 장비를 보강하고 스텔스 / 카운터 스텔스 능력을 제한적으로 구현한 4.5세대기들도 격추당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4.5세대기들이 선전하는 카운터 스텔스 능력마저도 F-35가 한 세대는 앞서 있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F-35의 기동성이, 특히 가속성능이 상대적으로 약하기는 하지만, 도그파이트에서도 전 세대 전투기들에게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조치들이 구석구석 적용되어 있다. F-35와 맞붙은 4.5세대기들은 F-35를 찾지도 못하고 요기를 잃은 후 이탈하거나, 수가 줄어든 상태에서 WVR에 돌입하지만 고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다. F-35는 유리한 상황에서만 WVR에 참가할 게 뻔하기 때문.

동세대 전투기들 간의 싸움을 가정할 경우, 맞수로 개발이 진행 중인 Su-57이 멀티밴드 레이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라도 스텔스기를 찾아내겠다는 컨셉이라면, F-35의 카운터 스텔스는 진보된 ESM과 은엄폐가 가능한 데이터 링크 기능으로 자신을 찾기 위해 위치를 드러내는 Su-57을 은밀하게 찾아내는데 특화되어 있어서 컨셉으로는 가히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 할만하다. 비행 성능은 으레 Su-57쪽이 더 우수할 것이라고들 보고 있지만, 정작 스텔스기 운용의 핵심인 전자전 역량이나 실전 경험이 미국에 비해 훨씬 뒤처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적으로는 F-35가 Su-57을 먼저 발견하고 우세를 점할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미국의 스텔스 관련 기술이나 운용 경험은 그야말로 독보적으로, 최초의 스텔스기 F-117을 1989년 파나마 침공 시 실전 투입했으며, 최초의 5세대 전투기인 F-22를 2005년에 실전 배치한 바 있다. F-35는 그 노하우의 결정체이며, 첫 5세대 전투기인 Su-57이나 J-20이 그 노하우 차이를 따라잡는 데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뒤따를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공개된 컨셉을 놓고 봤을 때 Su-57이 교전 전에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나 다른 연계된 방공자산들)의 존재를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먼저 드러내게 된다는 불리함은 덤.

동세대의 스텔스 전투기에 맞설 '카운터 스텔스'를 위한 항공 전자 장비 분야에서는 F-35가 오히려 F-22보다 앞서 있는 상태다. F-22의 경우 개발 당시 맞상대할 스텔스기가 없었기 때문에 카운터 스텔스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썼지만, 최신 기종인 F-35는 러시아와 중국이 개발 중인 5세대 전투기들에 대항하기 위해 對스텔스기 전투를 고려한 시스템도 두루두루 갖추고 있다. 근미래 5세대 전투기의 기본 패러다임인 '카운터 스텔스가 가능한 스텔스'에 현재 가장 걸맞는 방향의 기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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