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모 선수의 수입

Published date: 01/13/2020
일본 스모 선수의 수입

세계 각지에서 많은 청년들이 스모 선수가 되기 위해 일본을 찾는다. 요즘은 이집트 출신 스모선수가 탄생하면서 아랍권에서도 스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엉덩이를 노출하는 복장('마와시'라고 부름), 게다가 최대한 부딪히는 힘을 키우기 위해 체중을 불리다보니 배가 나온 체형 등으로 스모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는 그다지 좋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모에 관심을 갖고 스모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한마디로 돈 때문이다. 잭팟을 터뜨리는 것을 제외하면, 제3세계 출신 젊은이들에게 스모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그리고 스모는 선수에게 절대로 돈을 받지 않는다. 이 또한 제3세계 출신 젊은이들에게는 큰 매력이다. 스모 선수로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지 알아보자.

아마추어는 모든 걸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당연하지만 체중을 불리기 위해 필요한 식비도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스모협회가 운영하는 프로 스모에 입문하면 우선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다.

선수가 되기 위해 입문한 사람에게는 돈을 전혀 받지 않는다. 오히려 체중을 불리기 위해 들어가는 엄청난 식비도, 숙박비도 일본스모협회와 오야카타(트레이너 겸 매니저)가 부담한다. 대신 일본스모협회에서 정한 규정은 절대적이다. 초기 비용이 들지 않는 대신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것이다.

프로 스모 선수는 먼저 시코나(링네임)를 받는다. 그리고 스모 선수로 활동하는 동안은 본명이 아니라 시코나로 불린다. 외출할 때에는 머리를 묶고 전통 복장을 착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복장들도 오야카타가 지급해준다. 머리를 묶는 것도 오야카타가 고용한 이발사가 다 해준다. 자기가 준비해야 할 것은 하나도 없고 오로지 몸만 가지고 오면 된다.

스모 선수는 기본적으로 아침에만 운동한다. 아침을 거른 상태에서 새벽 6시에 운동을 시작하여 11시나 12시까지 운동을 하고 나서 점심을 먹는다. 그렇다 폭식이다. 더구나 체중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오야카타는 선수들에게 먹어야 하는 식사량을 정해준다. 이 양이 엄청난데 이것은 스모에 입문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밥고문'이다.

그리고 식사 후에는 반드시 의무적으로 잠을 자도록 되어 있다. 먹고 나서 바로 자는 것, 이것도 살찌는 원인이다. 오후에는 운동을 하지 않는다. 다만 스모 선수는 이런저런 심부름이나 할 일이 많아서 결코 띵가띵가 노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밤에는 또 폭식을 거하게 하고 잔다. 어떻게 보면 문자 그대로 놀고 먹는 생활이다.

스모란 현대국가의 군대 이상으로 철저한 계급제 사회로 스모에 입문하면 프라이버시란 존재하지 않는다. 더구나 훈련량은 어마어마하고, 식사도 고문에 가깝게 억지로 먹어야 하고, 선배들의 빨래, 합숙소의 청소 등 정신없다.

게다가 일본스모협회가 정한 일본식 전통 생활 방식을 따라야만 한다. 여기에 잘 적응하느냐가 떼돈을 버는 가장 첫번째 조건이 된다. 스모는 철저한 계급제 사회이다. 다만 스모는 계급을 나이나 짬밥으로 따지는 게 아니라 반즈케(랭킹)로 따진다. 나이는 어려도 실력이 좋아서 반즈케가 빠르게 승진한 사람은 엄연한 선배이다. 나이 어린 사람을 깍듯이 모셔야 하는 일이 부담스럽게 때문에 스모에서는 반즈케가 떨어지면 은퇴를 선택하는 일이 많다.

반즈케는 시합에서의 성적에 따라 결정되는데, 제일 먼저 스모에 입문하면 계급은 제일 밑바닥인 '조노구치'이다 하나의 리그처럼 조노구치들이 대결하며 승률이 커트라인 이상으로 오른 놈이 '조니단'으로 승진한다. 그러면 조니단에서 리그전을 벌인다. 그런 식으로 리그를 하나하나씩 올라가야 한다.

쥬료 이상을 '세키토리'라고 부른다. 굳이 회사로 비교하자면 마쿠시타 이하는 인턴이다. 쥬료가 되면 정사원이 되는 거고, 쥬료 위의 계급, 즉 마쿠우치가 되면 중간관리자가 되는 거라고 보면 될 것이다. 마쿠시타 이하에 속한 선수들은 한마디로 졸병들이다. 그들은 공동 합숙소에서 살며 개인 방을 갖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마쿠시타 이하도 월급을 받긴 하는데 한달에 5천엔을 간신히 넘는 정도의 푼돈이다. 숙식을 오야카타가 제공해주긴 하지만 용돈은 없다고 보면 된다. 의식주를 제외한 모든 비용은 윗 반즈케에 속한 선수의 씀씀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경제적으로도 위 반즈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을 만듦으로서 스모의 철저한 계급졔는 계속 지켜진다.

세키토리가 되면 우선 제일 먼저 개인 방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이때부터 월급을 받게 된다. 그런데 그 월급이 일반 회사원들의 초봉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세키토리의 첫 단계, 즉 세키토리에서 가장 낮은 계급인 '쥬료'가 되면 그때까지 자기 방도 없이 살던 사람이 갑자기 연봉 1200만엔(약 1억원)을 받게 된다. 제3세계에서 온 선수들 뿐만 아니라 일본인 선수들도 쥬료가 되기 전까지는 집에 연락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일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만큼 쥬료가 된다는 것은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마쿠우치는 마에가시라, 코무스비, 세키와케, 오오제키, 그리고 요코즈나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통칭이다. 야구로 치면 조노구치가 루키 리그이고 마쿠우치가 메이저리그이다. NHK의 스모 중계를 통해 보는 시합들은 전부 마쿠우치 시합들이다.

'마에가시라'가 되면 연봉은 수백만엔 인상된다. 마에가시라에서 그 다음 계급인 '코무스비'가 되면 연봉은 2000만엔에 달한다. 코무스비 위 계급인 '세키와케'가 되면 역시나 몇천만원 인상되고, 세키와케 다음 단계인 '오오제키'가 되면 연봉은 약 3000만엔으로 오른다.

마쿠시타에서 오오제키까지는 시합에서의 성적만 좋으면 계속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오오제키에서 '요코즈나'가 되는 단계는 쉽지 않다. 실력은 물론이고 품격까지 인정받아 일본스모협회 산하의 요코즈나 위원회로부터 '임명'되는 것이다. 요코즈나가 되면 연봉은 3400만엔으로 껑충 오른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오피셜'하게 지급되는 연봉만을 의미한 것이다. 1년에 6번 있는 바쇼(스모 대회)에 출전을 독려하기 위해,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1회의 바쇼에 각 계급이 받도록 되어 있는 배당금에 4000을 곱해서 지급한다. 마쿠시타는 배당금이 3엔이기 때문에 두달에 협회로부터 1만2천엔을 받는다. 당연히 이 배당금은 계급에 따라 달라지며 세키토리가 되면 껑충 뛰어오른다. 요코즈나의 배당금은 정확하기 1789엔이다. 따라서 한 바쇼에 출전하기만 하면 요코즈나에게는 따로 1798*4000 = 719만2천엔이 지급된다. 요코즈나가 6번 바쇼 모두 출전했다면 그의 1년 인센티브는 4315만2천엔이다.

또한 스모에는 연봉 이외에 얻을 수 있는 수입들이 많다. 우선 바쇼에서 우승할 때마다 우승 상금을 받는다. 일반적으로는 200만엔 정도로 알려져 있다.

각 바쇼마다 우승 뿐만 아니라 감투상, 기능상, 수훈상 등의 상을 주는데 이 상들에도 200만엔의 상금이 붙어있다. '마이노우미'라는 선수는 체격이 워낙 작았기에 우승은 불가능하니 처음부터 화려한 기술로 기능상만 계속 받아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전설도 있다.

계급이 낮은 마쿠우치 선수가 오오제키나 요코즈나를 이길 경우, 킨보시(金星)를 받게 된다. 킨보시를 하나 받을 때마다 인센티브에 4만엔이 추가되는데 이것은 그 선수가 은퇴할 때까지 계속 지급된다. 또한 킨보시는 은퇴 후에도 끝까지 기록에 남아 자신을 따라다닌다. 계급이 낮은 스모 선수가 킨보시를 올리고 눈물을 쏟는 광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그들에게는 문자 그대로 부와 명예를 동시에 안겨주는 정말 감격스러운 것이다.

인기 스모 선수에게는 후원회가 존재한다. 팬들이 가입하기도 하지만 주로 유수 기업가들이나 정치가들이 가입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팬클럽보다 훨씬 막강한 조직이다.

스모 선수가 스모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그리고 '품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주기 위한 조직인데, 그 품위 유지 명목으로 엄청난 돈이 이동한다. 요코즈나가 입는 옷, 타는 차, 마시는 술 등,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모든 것들은 기본적으로 후원회가 선물해주는 것이라 보면 된다. 오오제키나 요코즈나급이 되면 후배들에게 베푸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그 비용도 대부분은 후원회가 베푸는 것이다. 그리고 후원회가 주는 돈이나 선물은 국세청에서 추적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스모에서 계급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버는 돈은 늘어나고, 자기 돈을 쓸 일은 줄어든다. 이처럼 멋진 돈벌이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몽골과 동유럽 등, 공산권 지역에서 강한 육체를 타고난 젊은이들이 스모 드림을 꿈꾸며 일본을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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